아저씨는 또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어렸을 적 삼촌방에서 나던 냄새가 나는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온다.
삐걱이는 소파와 티비는 오늘도 그 자리에서 아저씨를 반겨준다.
소파에 삐딱하게 기대어 티비의 떠드는 소리를 들어주다 빨래감이 가득한 바구니를 처다본다.
세탁기에 빨래를 처넣고 기계를 작동시킨다.
익숙한 비프음에 만족하며 다시 소파에 기대어 티비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때, 보일러와 냉장고가 함께 고동소리를 낸다.
아저씨는 냉장고에서 맥주캔을 꺼내들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몇 시인지 전혀 알고 싶지 않으면서 휴대전화를 잠깐 열어본다.
구겨진 캔을 휴지통에 던지고 베개를 찾아 누웠다.
문득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떠올랐다.
새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널다 어두운 창밖을 본다.
하늘엔 금성과 화성이 아주 가깝게 붙어 있었다.
어린 시절 별을 좋아했던 아저씨는 주섬주섬 옷을 껴 입고 밖으로 나가본다.
오랫만에 밤하늘을 처다보던 아저씨는 웃는지 우는지 모를 얼굴을 하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찬바람을 못 견디고 얼른 방으로 돌아온다.
이제 침대에 누운 아저씨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그는 그렇게 매일 저녁 아무 말이 없었다...
200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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